예상 읽기 시간: 약 10분
워드프레스 글을 바탕으로 AI에게 영상을 만들어보게 한 첫 시도는 꽤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Claude Code가 아무것도 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해냈습니다.
글을 읽고,
영상 구조를 만들고,
롱폼과 숏폼으로 나누고,
파일도 뽑았습니다.
(신기하다)
그런데 디자이너 입장에서 보면 계속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폰트가 아쉽고,
컷과 컷 사이가 너무 단순하고,
화면이 정보는 담고 있는데 그래픽적으로는 조금 덜 살아 있고,
AI와 제가 대화하면서 생각을 고쳐가는 과정이 충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푸념하듯이 GPT에게 물어봤습니다.
이거 왜 이렇게 아쉽지?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그랬더니 알아서 구조를 다시 잡고 수정 방향을 제안하고, 결과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쪽으로 정리해줬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Claude Code는 해냈지만, 디자이너 눈에는 아쉬웠습니다
먼저 정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Claude Code가 실패만 한 것은 아닙니다.
AI 영상 제작이라는 시도 자체를 처음 밀어붙인 건 Claude Code 쪽이었습니다.
워드프레스 글을 읽고, 영상 구조를 만들고, 롱폼과 숏폼을 나누는 것까지는 해냈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영상 파일이긴 한데,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의 문법은 아닌데?
정보가 들어가 있고, 슬라이드도 있고, 자막도 있지만, 제 콘텐츠의 핵심인 “AI와 내가 주고받는 사고 과정”이 덜 보였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단순히 글을 화면에 올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용자가 질문하고,
AI가 답하고,
사용자가 다시 판단하고,
다음 요청을 바꾸는 과정.
이 흐름이 UI처럼 보여야 했습니다.
Claude Code는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제가 원하는 시각 문법까지 알아서 잡지는 못했습니다.

AI한테 구리다고 화내는 30살 실존
처음에는 Claude Code에게 실망했다고 느꼈습니다.
아쉬웠던 건 기술보다 디렉션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니, 이건 Claude Code만의 문제라기보다 제가 디렉션을 덜 구체적으로 준 문제도 있었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는 이런 걸 원했습니다.
- 말풍선 UI
- AI별 로고와 메인컬러
- 인간 입력과 AI 응답의 구분
- 커서 이동
- 클릭 강조
- 선택 영역 하이라이트
- 컷과 컷 사이의 연결선
- 상태 변화가 보이는 브라우저 UI
그런데 처음부터 이걸 전부 명확하게 설명했을까요?
아마 아니었습니다.
디자이너라서 머릿속에는 그림이 있는데, AI에게는 말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 지점이 재밌었습니다.
AI 영상 제작은 AI가 알아서 예쁘게 만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화면 문법을 얼마나 잘 말로 바꾸는지의 문제였습니다.
결국 또 디자인 디렉션이었습니다.

GPT에게 푸념했더니 방향이 정리됐습니다
Claude Code 결과가 아쉬워서 GPT에게 거의 푸념하듯이 이야기했습니다.
폰트가 별로고,
컷 연결이 단순하고,
그래픽 요소가 더 들어가야 하고,
말풍선 UI처럼 사고 과정이 보였으면 좋겠고.
그러자 GPT는 이걸 정리해줬습니다.
단순히 “더 예쁘게 만들어라”가 아니라,
영상의 기본 문법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텍스트 슬라이드 중심이 아니라, UX/UI 대화 화면처럼 사고 과정이 보이는 방식.
인간 입력은 제 키컬러 말풍선과 제 로고.
AI 응답은 각 AI 에이전트의 메인컬러 말풍선과 로고.
흐름은 인간 질문 → AI 응답 → 인간 판단 → 다음 입력.
이렇게 정리하니 갑자기 방향이 선명해졌습니다.
아, 내가 원했던 건 영상 자동 생성이 아니라, AI 협업 과정을 UI로 보여주는 영상이었구나.

GPT에게 푸념하면서 오히려 다음 영상의 그래픽 문법이 정리됐습니다.
Codex는 그 기준을 문서로 고정했습니다
좋았던 건, 이 기준을 그냥 대화로 흘려보내지 않고 문서에 고정했다는 점입니다.
이번부터 워드프레스 글 기획과 영상파트 인수인계는 Codex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하는 일은 영상 렌더링까지가 아닙니다.
워드프레스 글을 기획하고,
원고를 작성하고,
임시발행까지 마친 뒤,
영상 제작 파트가 바로 작업할 수 있는 인수인계 파일을 넘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 기준도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글마다 실제 화면, 인터랙션 그래픽, 후킹 카드 등 제작 가능한 그래픽을 최소 3개 확보한다.
영상은 텍스트 슬라이드보다 UX/UI처럼 사고 과정이 보이는 그래픽을 우선한다.
커서, 클릭, 선택 강조, 연결선, 상태 변화, 브라우저 UI를 적극 사용한다.
이런 기준을 문서에 남겨두니, 다음 작업부터는 같은 푸념을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번 아쉬웠던 점이 다음 작업의 규칙이 되는 느낌입니다.
AI 후임에게 피드백을 주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제일 이상했던 감각은 이것입니다.
저는 잠깐 선임이 된 것 같았습니다.
5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지만, 후임이 오래 있던 시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AI에게 결과물을 받아보고,
여기는 폰트가 아쉽고,
여기는 컷 연결이 약하고,
여기는 말풍선으로 보여줘야 하고,
여기는 인간 판단이 마지막에 돌아와야 한다.
이런 피드백을 주고 있자니 묘했습니다.
고학력 AI 후임 같았습니다.
심지어 속도도 빠릅니다.
시키면 만들고,
틀리면 다시 고치고,
문서를 읽고,
기준을 업데이트합니다.
잘시키면 바로 팀장 되실 것 같은데, 또 너무 앞서가면 제발 멈춰 싶습니다.
아니, 멈추지 마.
아니, 멈춰.
이 딜레마가 요즘 AI 작업의 감각인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를 대체한다기보다, 미뤄둔 실험을 꺼내줬습니다
AI 영상 제작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그럼 디자이너 대체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완전히 그런 불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경험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느낀 건 대체보다 보조에 가까웠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만들 시간은 없지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1차 결과로 꺼내주는 비서.
본업도 해야 하고,
포트폴리오도 해야 하고,
블로그도 써야 하고,
사이트도 관리해야 하고.
이 상황에서 영상까지 직접 만들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AI가 1차 결과를 뽑아주니, 저는 그걸 보고 디렉션을 줄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디자이너에게 빈 화면은 늘 어렵습니다.
AI는 그 빈 화면을 첫 번째 버전으로 채워줬고, 저는 그걸 보고 더 나은 방향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영상 인수인계 파일까지 같이 만듭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워드프레스 글은 본문만 쓰고 끝내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부터 영상파트에 넘길 내용을 함께 정리합니다.
예를 들면:
- 글의 핵심 메시지 1줄
- 롱폼 목차
- 숏폼 후보 2-3개
- 화면 캡처 필요 목록
- 그래픽 요소 필요 목록
- 말풍선 UI 구성
- 썸네일 문구 후보
이걸 video_handoff.md 같은 인수인계 파일로 넘기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건 이 프로젝트가 영상 제작 자체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기서는 워드프레스 글을 기획하고, 원고를 작성하고, 임시발행한 뒤, 영상파트가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게 전달서를 만듭니다.
이 경계를 정해두는 게 좋았습니다.
역할이 섞이면 또 모든 걸 한 방에서 하려고 하니까요.
이번 실패 아닌 실패가 꽤 좋았습니다
처음 결과가 아쉬웠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 덕분에 다음 기준이 생겼습니다.
폰트는 더 신경 써야 하고,
컷과 컷 사이에는 연결이 필요하고,
말풍선 UI로 사고 과정을 보여줘야 하고,
그래픽 요소는 글 작성 단계부터 기획해야 합니다.
이건 실패라기보다 R&D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원래 좋아하는 방식도 이쪽입니다.
일단 빠르게 만들어보고,
뭐가 별로인지 보고,
기준을 다시 세우고,
다음 작업에 반영하는 것.
AI를 쓰면서 이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영상 하나를 시도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이제는 1차 결과를 보고 피드백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게 꽤 큰 변화입니다.
결국 AI를 잘 쓰는 건 잘 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이번에 느낀 결론은 단순합니다.
AI가 알아서 다 해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시키고, 잘 보고, 잘 고치면 꽤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디자이너에게는 이 과정이 낯설면서도 익숙합니다.
레퍼런스를 보고,
시안을 만들고,
피드백하고,
수정하고,
다음 기준을 남기는 일.
우리가 원래 하던 디자인 과정과 비슷합니다.
다만 이제 그 옆에 고학력 AI 후임이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조금 무섭고, 조금 웃기고, 꽤 편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너무 빨라서 당황스럽습니다.
제발 멈춰.
아니 멈추지 마.
이 상태로 당분간 더 실험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AI 영상 제작을 위해 워드프레스 글을 처음부터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를 정리할 예정입니다.